오건영님의 다른 책에서도 그렇고 그의 유툽채널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어려운 경제용어나 상황에 대해 참 설명을 쉽게 잘한다. 이 책 역시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고, 귀여운 그림들까지 추가되어 있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한층 더 도와준다.
2023년 가을인 현재 (이 책이 쓰여진 시점), 2020년 팬데믹 시기부터 대량으로 돈을 찍어낸 여파로 인플레이션의 바람을 제대로 맞고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팍팍 뿌린탓에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지고 사람들은 갑자기 부자가 된듯한 착각에도 빠졌을거다. 덕분에 주춤할뻔했던 미국의 소비상황도 늘어났으니 정부의 돈풀기 작전이 경제불황을 막아준것은 다행으로 보인다. 그 후에 여윳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흘러들어가 주식호황을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그 후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난 30년동안 잠들어 있던 괴물을 깨운것이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자산가치가 상승했으니, 그동안 불어난 돈으로 자산을 사들였다면 (발빠르고 깨어있는 부자들이 항상 그러했듯) 그나마 타격이 덜하겠지만, 현금만 들고 있었다면 (게다가 부자된듯한 착각에 크레딧카드 이용한 소비를 늘렸다면) , 가만히 앉아 돈을 잃은 셈이니 아주 낭패가 아닐수 없다. 이 책에선,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어떠한 배경으로 탄생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 한다.
책에 나온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가 재미있다. 열심히 투 좝(two jobs) 을 뛰며 열심히 일한 개미는, 놀고 먹었던 배짱이의 바이올린(자산)의 가격상승에 현타가 왔다는 내용. 웃픈 이야기지만 인플레이션이란 개념을 너무도 뼈 때리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렇듯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물가자체를 끌어올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단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노동의욕을 떨어뜨린다. 한국의 젊은세대들 처럼 "내가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봤자 서울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을 못 따라잡는다"는 무기력에 사로잡혀 아예 포기하고 욜로에 빠지는 이유다. 노동생산이 크게 위축되면 경제전반의 성장이 위축될수 있으므로 정부가 이 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디플레이션을 좋아하는것도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양쪽을 다 경계하면서 적정안정수준을 유지해야 하는것이다)
정부의 돈풀기가 한창이었을 당시, 여기저기 노동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았었다. 많은 비즈니스에 Hired 공구와 함께 사이닝 보너스까지 주겠다 해도,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주식시장 호황과 함께 코인열풍도 함께 나타났었다.
인플레이션이 촉발된 요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보건의 이슈, 수요폭발에 대한 기업들의 소극적인 대응, 과도한 통화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꼽을수 있다. 수요측면으로는,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연준의 안이함이 역대급 수요의 폭발을 만들어냈다면, 공급측면에서는, 바이러스와 저성장의 트라우마의 인해 낮아진 기업들의 생산력, 그리고 연준의 정책으로 급격하게 상승한 자산가격이 노동력의 부족을, 그리고 임금의 상승을 만들어냈다. 수요폭증, 공급부족, 임금의 상승 이 세가지가 버무려진 결과가 지금과 같은 40년만의 가장 빠르고 높은 인플레이션이란 설명이다.
What to do..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알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이게 궁금해서 이 책을 골랐던거다. 책의 반이상이 배경과 설명이었고 절반 이후에 가서야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결론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환경이 갑자기 바뀔수도 있으니 한발짝 앞서서 미래를 예견해보고 시나리오를 짜보고 안전한 쪽으로 대처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주식시장이 팬데믹이후 핫했지만, 계속 핫할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부진할것인지.. 주식시장의 리더종목들 또한 시대별로 선두주자들이 바뀌었다. 1970년대의 원자재투자, 2000년대 중반의 신흥국 투자, 2011년의 차.화.정 투자(자동차, 화학, 정유), 2000년의 미국 IT주식 투자... 이런 쏠림 사례가 이를 반증해준다. 나의 포트폴리오도 FMANG 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런현상이 언제까지 갈까. BBIG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이 새롭게 부상하여 관심을 받고 있고 미국에서도 AI 가 다음주자가 될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빅테크 회사들은 어느새 지루하고 성장이 더딘 종목으로 취급되는것일까?
주식시장이 호황일때 사람들은 성장률이 높은 성장주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시장이 안 좋아지면, 다시 안전한 쪽을 찾아 우량주 쪽으로 몰린다. 나의 포트폴리오는 우량주로 되어있어 하락세에 타격이 덜하고 금방 메이컵을 했지만, 만약 상승세로 다시 전환 한다면 우량주에 몰려있던 돈들이 다시금 대거 빠져나가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는 스타트업/성장주쪽으로 이동할수도 있다.
현재 위기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저자는 현재상황을 '고물가' 그리고 '고성장과 저성장의 중간' 정도로 보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리한 자산을 깔고 가려면, 우선 고물가 상황에서 취약한 채권을 피하고, 인플레이션에 강한 원자재를 추가로 포트폴리오에 넣고, 주식은 가치주 중심으로 편성하거나 인플레이션에 강한 미국 대형주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비젼을 보면서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맞다. 즉,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좋아지는 자산' 이나 '지금은 별로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자산'에 나의 자산을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물가는 계속될 것인가?
재정부양책은 거의 막바지 국면에 있고, 연준은 추가로 돈을 푸는것이 아니라 강한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려고 한다. 더이상의 보조금은 없고 금리가 높아졌으며 자산가격도 주춤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물가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차를 두고 미국의 강력한 소비도 주춤해질것으로 본다. 즉, 지금의 강한 물가 상승세 역시 변할수 있다.
시나리오 1. 고물가-> 저성장 저물가로 변화
최악의 상황이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실패했을때 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은 그리 좋지 않을것이다. 채권은 물가가 낮아지는 만큼 환호성을 지를테지만, 원자재 역시 힘들것이다. 또다시 연준이 나설수도 있겠지만, 아마 코로나때처럼 강력한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나리오 2. 고물가 -> 고성장 저물가로 변화
긍정적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는 주식, 채권 등이 강한 회복세를 보일수 있다. 그리고 원자재 가격은 지금과 같은 높은 레벨에서 다소 내려앉아 안정세를 나타내게 될것이다. 원자재를 제외한 주식과 채권의 분산투자 효과가 상당히 좋을 수 있다. 이런상황을 가정한다면,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에 강한 자산에 집중해 두는 것보다는, 이외의 자산을 적립식으로 저가 매수하는 전략으로 중장기 관점을 고민해 보는것도 좋다.